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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현금지급기를 도입했다. 주 섬이자 수도인 푸나푸티의 공항 등에 현금지급기 5대가 들어왔다고 한다. 푸나푸티에 있는 투발루 국립은행에서 개통식이 열렸다. 의원들과 전통 부족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펠레티 테오 총리가 현금지급기를 공개했다. “은행이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 기계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결단으로 국민을 위해 이 삼성미소금융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다.” 총리의 말이다.
지금까지는 돈을 찾으려면 은행에 가야 했다. 월급날이 되면 다들 은행 가서 줄 서는 풍경이 지금껏 이어졌다. 이제 기계가 도입됐고 상점에서도 처음으로 전자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상점용 전자금융 단말기 30대를 들여온 덕분이다.
북한처럼 폐쇄된 나라도 아닌데 그 흔한 제2금융권대출이자 기계가 이제야 도입된 투발루는 9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다. 197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면적 25㎢로 바티칸과 모나코, 나우루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다. 하와이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중간쯤에 있고, 근처에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나우루, 키리바시, 피지 같은 섬나라들이 이웃하고 있다. 1만명이 조금 넘는 주민은 대부분 폴리네 르노삼성자동차 서비스센터 시아인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이 3000년 전쯤 태평양 여러 섬들로 퍼져나가면서 이 섬에도 거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인들이 태평양 섬들을 점령하기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은 카누를 타고 원거리 항해를 했다.
투발루는 인구 1만여명으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위키 대출정보 미디어 코먼스
19세기 후반부터 영국은 이 일대 섬들을 엘리스 제도와 길버트 제도라 부르면서 지배했는데, 1974년 주민투표를 통해 두 지역 모두 독립을 결정했다. 길버트 제도는 키리바시, 엘리스 제도는 투발루라는 나라가 됐다. 1978년 완전히 독립했으나 투발루는 여전히 영국 왕이 명목상의 수반이 제1금융권창업대출 다.
일본의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 1943년 4월23일, 태평양 전쟁 때 일본 전투기가 푸나푸티를 폭격했다. 당시 주둔 중이던 미국 해군 병사가 교회당에 모여 있던 주민들을 대피시켜 대규모 인명피해를 피했다. 지난달 23일 푸나푸티에서는 폭격 82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테 아소 오 테 파울라’(Te Aso o te Paula, 폭탄의 날)라고 이름 붙여 매년 이날 전통 춤을 추면서 평화를 되새긴다.
망망대해 작은 섬 사람들에게 먹고사는 일은 늘 어렵다. 1인당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23년 기준 5800달러인 나라다. 농지가 거의 없고 식량은 주로 수입과 어업에 의존한다. 외국 어업회사들에 돈 받고 조업허가권을 내주고, 보조금과 원조 등으로 경제를 지탱한다. 외국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이 가족에게 송금해 주는 것도 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투발루 수도 푸나푸티의 해변 풍경.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런 투발루가 요 몇년 새 뉴스에 드물지 않게 등장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아 가는 나라’로 말이다. 투발루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4.5m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29차 당사국 총회(COP29) 회의에서 테오 총리는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면 우리는 완전히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외쳤다.
큰 나라들은 작은 섬나라들의 호소를 통 들어주지 않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호주는 도의적인 책임 때문에 나 몰라라 하기 힘들다. 최근 호주가 투발루 국민을 위한 새로운 비자 계획을 발표했다. 두 나라는 2023년 말 양자 조약을 체결했는데 그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호주와 투발루의 조약 관계를 ‘팔레필리(fale pili) 연합’(2024년 발효)이라 하는데 폴리네시아 언어로 “이웃을 가족처럼 돌본다”는 의미다.
팔레필리 조약은 기후변화 때문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양자 간 특별 비자 협정이다. 태평양 섬나라 지도자들은 2023년 ‘기후 이동성에 관한 태평양 지역 프레임워크’ 선언에서 섬나라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권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권리 기반 이주’라고 부른다. 기후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조건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것은 세계인의 권리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호주가 특별 비자를 만들어서 투발루 같은 섬나라 사람들이 옮겨와 일자리를 얻고 고국에 돈을 보낼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현재로선 투발루가 특별비자 조약을 체결한 첫 상대다. 비자의 명칭은 ‘서브클래스(subclass) 192’다. 호주는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태평양 관여 비자’라는 이름의 비자 제도를 운용해 왔는데, 그 하위 카테고리의 특별 비자라는 의미다. 이 비자를 통해 매년 최대 280명의 투발루 사람들이 호주로 이주할 수 있게 된다. 특별 비자 소지자는 교육 보조금, 건강 보험, 장애 보험, 육아 보조금과 청소년 수당 등 호주인들과 비슷한 혜택을 받으며, 투발루와 호주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게 된다. 호주는 새 비자에 투발루라는 국가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다. 다른 태평양 섬나라들을 상대로 확대할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투발루 북부 산호섬인 니우타오섬 주민들이 국내 도서 간 연락선이 들어온 날 기뻐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쯤 되면 사실상 호주 국민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그들이 자기 나라가 사라지고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까지 사라지는 걸 바라는 건 아니다. 자기네 나라를 지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뿐이다. 2년 전 투발루가 호주와 조약을 맺으면서 제일 강조한 것이 “우리는 영구적으로 국가 지위를 갖는다”라는 점이었다. 스스로 나라를 없애는 것으로 오해받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투발루는 ‘퓨처 나우’ 프로젝트라는 기후변화 적응 계획을 세웠다. 해수면이 더 올라가도 나라가 존재할 수 있도록 경작지를 조성하고, 문화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투발루에 도움을 줄 나라는 정녕 없을까. 투발루는 여전히 중국 대신 대만과 수교하고 있는 12개국 중 하나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해 12월 투발루를 방문하자 총리와 학생들, 의장대가 나와서 영접하고, 대만이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돈을 대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사실은 투발루에서도 지난해 1월 총선 때부터 대만과 계속 같이 가야 하느냐는 불만 섞인 얘기가 나왔다. 최근 몇년 새 태평양 섬나라들도 줄줄이 중국 쪽으로 넘어간 터다. 투발루가 지금 입장을 계속 유지할지, 중국 돈 앞에서 굴복할지가 관심사다.
구정은 국제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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