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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부동산 재테크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개 '백온이'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남양주시에 위 다가구 치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를 찾은 뒷조사 전담팀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낯선 이들의 방문을 두려워하는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날 만나기로 한 ‘백온이’의 경우는 간식으로 유혹(?)을 하면 사람들에게 잘 다가오며 어느 정도 교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백온이 곁에 있던 룸메이트는 낯선 이들의 방문에 겁 금통위 금리 을 먹은 듯했습니다. 백온이 촬영을 한창 진행하는 동안, 룸메이트 친구는 구석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당시 취재를 돕던 돌봄활동가도 “원래도 겁이 좀 많은 친구라서, 다가가기 좀 어려울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이 내내 눈에 밟혔습니다. 사람을 반기는 친구들에 비해 봉사자들이나 입양 희망자들의 눈에 덜 들어올 것이 새마을금고 대출금리 뻔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에게도 조금의 더 관심이 가면 어떨까?’ 백온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뒷조사 전담팀은 백온이의 룸메이트 ‘시온이’(3세 추정)의 과거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가을 동물자유연대에 구조대 온센터 생활을 하게 된 강아지 '시온 우리은행 신용대출 이'의 모습. 뒷다리에 수술 흔적이 남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다리가 부러지는 와중에도 새끼를 지킨 어미
지난해 가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주택가. 이 마을 정자 밑에는 새끼 강아지 8마리가 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강아지들에게는 매일같이 챙겨주는 어미가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먹을 것을 얻어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밤에는 정자 밑에서 새끼들을 품으며 잠을 청하는 게 이 어미개와 새끼들의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어미의 발걸음이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다며 뒷다리를 다친 듯하다는 게 목격자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어쩌다 다리를 다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개는 날마다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온이는 2023년 가을 뒷다리를 다친 채 떠돌아다니는 모습이 발견됐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어미개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가구단지. 이곳 상인들도 어미개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1년 가까이 이곳을 배회했다던 어미개는 누군가를 찾는 듯 보였습니다. 상인들에 따르면 어미개와 함께 지내는 다른 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개는 병에 걸린 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목숨을 잃은 뒤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동네를 배회하며, 새끼들을 낳기까지 한 어미개. 더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현장에 나선 동물자유연대 구조팀은 새끼들을 먼저 구조한 뒤 어미개를 포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 새끼들과 함께 구조된 어미개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습니다.



시온이는 다친 다리를 안고 8마리 새끼들을 필사적으로 키워왔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동물병원에서 새끼들과 어미의 상태를 살펴본 의료진과 구조팀은 다시 한번 이 어미개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어미개의 상태를 진단한 수의사는 “어미는 영양 상태가 꽤 떨어진 상태”라면서도 “새끼들의 영양상태가 매우 좋은 걸로 봐서 많은 부분 새끼를 키우는 데 헌신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의무는 뒤로하고, 이젠 자유롭게 반려견으로 살아가길
다친 다리에 심장사상충 진단까지 받아 꽤 오랜 시간 치료를 마치고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로 들어온 어미개는 ‘시온이’라는 이름을 얻어 보호소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다친 다리는 상당히 회복돼 걸음걸이에는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더운 여름에도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방석 바깥을 벗어나지 않을 만큼,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었습니다.
밖에서는 새끼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 같았던 용감한 어미개 시온이는, 정작 보호소에서는 겁쟁이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지켜야 할 것이 없어서일까, 시온이는 낯설게 다가오는 모든 것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시온이를 돌보는 활동가들은 꽤 많이 걱정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구조 이후 새끼들을 보호할 의무에서 해방된 시온이는 점차 보호소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룸메이트 백온이에 비해 (시온이는) 겁이 두 배는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건물 안에 있는 대형견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게 해 주려고 내보냈는데, 조금 걷더니 곧바로 주저앉는 거예요. 그래도 수술을 하고 재활을 위해서라도 걷게 해야 하고, 배변도 해야 하니까요. 다리는 다 나았는데, 예전처럼 절뚝거리며 걷는 게 더 익숙했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 편이었어요.
구소희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돌봄활동가

의학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다리는 여전히 적응 단계라고 합니다.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는지, 시온이는 수술 부위를 계속 핥으려 하는 까닭에 수술 부위가 덧나 피부에 염증이 생겨서 넥카라를 착용하게 됐습니다.



활동가들은 시온이의 적응을 돕기 위해 자주 만져주면서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시온이를 괴롭히는 것은 없지만, 아직 적응은 수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백온이와 함께 사는 견사를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듯, 낯선 이의 방문에는 다소 습관성 짖음을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구 활동가도 “방문객이나 봉사자가 찾아오면 시온이 견사에 들어갈 때는 다소 주의를 준다”며 “시온이를 놀라게 하면 뒤꿈치를 살짝 물려고 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설명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온이가 두려움에 대한 표현으로 입질을 하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온센터에 들어온 날부터 시온이는 사람의 손길을 그다지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손길이 다가오는 걸 즐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는 않는 중간 단계의 모습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구 활동가가 연신 시온이의 얼굴을 만지며 비비적거려도 시온이는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3세에 불과한 나이. 그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탓에 마음을 열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구 활동가에게 간식을 받아먹는 백온이가 이제는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 마음껏 애교를 부리며 사람의 곁에서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은 구 활동가 역시 다르지 않는 듯했습니다.

시온이가 만약에 가정생활을 한다고 하면 외동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시온이가 가정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고, 공간을 자기 영역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가족의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넓은 마당에서 천천히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보호자가 천천히 다가와 쓰다듬어주는 시온이의 모습을 상상할 때가 있어요. 다른 세상은 바쁘게 흘러가도 시온이의 세상만큼은 조금 천천히 흘러가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죠.
구소희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돌봄활동가




간식을 받아먹는 시온이. 여생은 어떤 고통 없이 편안하게 간식길만 걷는 삶이 되기를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어쩌면 생존을 걸고 살아온 시온이의 3년을 그렇게라도 보상받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