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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설령 개발된다 하더라도 나의 생에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과거에 다녀왔다. 용기는 새파랬고, 순진은 차고 넘쳐 자주 길을 잃었던 과거의 나를 보고 왔다.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5월의 어느 저녁, 멜번에서 시드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묵직한 러기지를 찾아 들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덤덤한 척했지만, 가슴 속에서는 ‘내가? 시드니에? 20년 전 이곳을?!’ 믿기지 않는 탄사가 일어났다.



추억 속 장소, 본다이비치 (사진=정상미)


일 년간 머물렀던 출원서 시드니를 떠나기 전에는 금방 다시 찾아올 줄 알았다. 무려 20년 만이라니. 노희경 작가의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언급된 것처럼 내 모든 것을 바쳐 살고, 사랑했기에 떠났을 때 미련도, 후회도 남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차창 밖의 시드니 시내를 보려 했지만 내가 아는 그곳들이 맞는지 흐리다.
숙소는 공항에서 원금균등상환vs원리금균등상환 차로 20분 거리의 ‘포포인츠 시드니 호텔(Four Points by Sheraton Sydney, Central Park)’로 결정했다. 호텔이 있는 치펜데일(Chippendale) 지역은 복잡한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여유롭고, 여행하기에 최적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호텔 브랜드 중 하나로 쾌적한 호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기 신용불량자정부대출 도 하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시드니 센트럴파크(사진=호텔)






아늑하고 쾌적한 객실, 일몰 이후 도심 뷰도 아름답다 (사진=호텔) 국민은행 국민행복기금






호텔 맞은편 치펀데일 그린 센트럴 파크 (사진=호텔)



호텔에서 길 하나 건너면 UTS(University of Technology 디케이디앤아이 Sydney), USyd(University of Sydney) 등의 대학이 자리하고 코앞에는 대형 쇼핑몰, 모퉁이를 돌면 빅토리아공원, 직진하면 여러 지역으로 환승할 수 있는 센트럴역이다. 군더더기 싫어하는 길치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포근한 침대에서 제대로 숙면한 덕분인지, 설렘이 너무 커서인지 아침 7시(한국 오전 6시)에 눈이 떠졌다. 시드니는 서머타임에 따라 한국과 1, 2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딱히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아 그날 아침 생각나는 대로 목적지를 정하기로 했다.

센트럴역에서 호텔 반대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본다이비치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가 많이 다니는 정류장에서는 타야 할 버스가 오면 미리 손을 흔들어야 한다. 시드니 버스는 따로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어떤 버스는 내부에 전광판이 있어 정류장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버스도 많다.



일일 일 카페 방문은 주요 일과 중 하나(사진=정상미)





호텔에서 걸어서 20여 분 거리의 블랙필드 치펀데일에서 (사진=정상미)


시드니 여행이 처음이라면 구글맵과 트래블월렛(또는 IC칩이 내장된 신용카드)을 꼭 챙기자. 차창 밖 풍경을 느긋이 감상하며, 현지인처럼 갈 길을 누빌 수 있다. 구글맵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경로의 이동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버스에서 내릴 위치까지 정확히 찍어준다. IC칩이 내장된 카드로 페리,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처럼 승하차 시 태그 한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사진=정상미)


20년 전 호주에 도착해 처음 본 바다는 본다이비치였다. 검은 슈트를 입은 서퍼들이 하얀 포말 부서지는 해안가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있었고, 나는 만리타국에 떠나온 것이 믿기지 않아 아름다운 바다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시드니에서 가장 오랜 시간 생활한 본다이비치에는 별처럼 많은 추억이 반짝인다. 440번 버스를 타고 본다이 정션에서 내려 본다이비치를 향하는 버스를 갈아탔다. 두근두근. 과거의 시간이 어서 오라고 불을 깜빡인다. 그 시절 헌책으로 가득한 북카페에서 꾸덕한 브라우니와 초코 파우더가 뿌려진 카푸치노를 먹었던 적이 있다. 좋아하는 리본 달린 구두를 신고 찍은 사진은 여전히 선명하다. 



추억 속 장소, 거트루 앤 앨리스 북카페(사진=정상미)


379번 버스에서 내려 10여 분, 북카페 거트루 앤 앨리스를 향해 걸었다. 카페는 20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기억 속 그 카페가 맞는지 몇 번을 둘러보았다. 시골집 같은 아늑하고, 낡은, 소박한 멋이 있었는데 세련되어진 것인지, 새침한 것인지 다른 공기가 흐른다. 



수많은 책 사이에서 한국 책을 발견해 기뻐하는 유일한 한국인 손님의 시선(사진=정상미)


그 사이 인기는 더 높아져 카페 안밖으로 손님이 가득이다. 커피 맛은 그대로인데 변한 것은 나인 걸까. 기사를 쓰는 지금, 거트루 앤 앨리스 카페는 새 기억으로 덮어진 것이 아니라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카페에서 곧장 직진하면 수 분 거리가 본다이비치다. 야트막한 내리막길에 툭툭, 추억 속 장소가 자태를 드러낸다.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아, 젊고, 젊고, 젊었던 나.’ 이 젊음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이런 낯설고 강렬한 삶이 또 없을 것을 알고 치열한 시간을 보낸 나. 과거의 내가 저기 있다.



가을바다를 즐기는 서퍼들(사진=정상미)






절벽 아래 해안과 맞닿은 수영장, 본다이 아이스버그 Bondi Icebergs (사진=정상미)


변한 것은 내가 맞다. 본다이비치는 여전히 아름답다. 나를 대체할 젊은 시간이 여전히 파도를 넘고 있다. 20년의 간극이 어디로 갔을까? 때론 벅찬 파도 앞에서 부서지고,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즐기기도 하며 성장한 내가 과거로 흡수된다. 과거를 확인한 현재의 내가 사라질 것만 같다.

본다이비치를 서둘러 나와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과거는 확인하지 않아도 족한 것이었다. 치펜데일, 포포인츠에서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겠다. 여행은 늘 새 것이다.
 



Travel info. ☞ 본다이비치(Bondi Beach) 
‘Bondi’의 어원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Australian Aborigine)의 언어 ‘Boondi’에서 유래한다. 1882년 공공 해변으로 개방된 본다이비치는 시드니 시티에서 북쪽 방향으로 7km 떨어진 태평양 연안의 해변으로 세계적인 서핑 명소이기도 하다. 일대 씨푸드 레스토랑, 편집숍, 카페들이 모여 있어 늘 많은 사람으로 활기에 넘친다.




찬 바닷바람도 아랑곳없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정상미)


여행객들에게는 서핑과 함께 본다이 아이스버그도 잘 알려져 있다. 바다와 맞닿은 해안 수영장으로 1929년 겨울 수영을 즐기는 멤버들의 모임에서 비롯된 유서 깊은 장소다. 멤버가 되는 것은 퍽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야 하지만, 일반 수영장은 여행객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세인트 메리 대성당을 그땐 왜 가지 않았을까? 성스럽고 아름답다 (사진=정상미)


본다이 비치에서 오페라하우스 일원은 333번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릿지, 로열 보태닉 가든을 차례로 돌아보고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인접한 곳의 시드니박물관, 하이드 공원의 세인트메리대성당 등도 둘러보자.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드니 여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