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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언주 기자]
잣나무와 함께 살아온 마을, 풍천리

단풍이 아름다운 동네. 인심이 좋은 마을. 잣나무와 함께 살아온 풍천리 주민들에게 잣은 곧 생계였고,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전 삶의 방식이었으며,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양수발전소 건설 계획이 들이닥치며, 주민들은 생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잣나무 숲, 야생동물,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마을 공동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깊은 위기감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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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편에선 당신에게 풍천리주민 이창우 허순이 홍천 양수발전소 반대투쟁 7년의 이야기


ⓒ 새알미디어

물질명사


이창후: "저희 고장은 말 그대로 풍천리, 단풍이 아름다운 동네예요. 잣이 많이 생산돼서 저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잣을 따며 살아왔고, 이 지역 잣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걸로 알고 있어요. 수령 50년 넘은 나무들이 많고, 여기 잣으로 키운 묘목이 다른 지역에도 심어졌습니다. 예전엔 마을 현대스위스저축은행햇살론 축제가 매년 있었어요. 화전민으로 나갔던 분들이 고향 찾아와서 음식 나누고 하루 즐기는 그런 날이었는데, 양수댐 얘기 나오면서 사라졌어요. 공동체가 무너졌고, 예전엔 매년 10가구씩 늘던 인구도 지금은 한 가구도 안 들어옵니다. 저는 여기서 태어나 60년 넘게 살았어요. 잠깐 나갔다가 돌아와 막국수 장사도 하고, 다시 잣을 땄죠. 아이 셋을 잣으로 다 가르 빠른대출상품 쳤고요. 84년도부터 지금까지 잣을 따고 있는데, 이렇게 소중한 걸 잃는다 생각하니 서운한 것보다 분하다는 생각이 앞서게 되죠."


허순이: "저는 도시에 살다가 남편 따라 내려왔어요. 한 15년 됐고요. 남편도 여기서 이별했어요. 시내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버는 것보다, 여기서 맑은 공기 마시고 유기농 먹고, 산에 가서 오전만 일해도 도시보다 수입이 더 많았어요. 남편은 떠났지만 이 마을이 남편 고향이고, 흔적이 이곳저곳에 다 있으니 떠날 수가 없어요. 남편한테 배운 게 잣 따는 일이다 보니, 한겨울부터 봄까지는 그게 소득원이에요. 오전에만 산에 갔다 내려와도 몇 천만 원이 돼요. 여자로서는 정말 상상 못 할 만큼 큰 소득이죠. 이 마을은 공기도 다르고, 경치도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마을인데, 물도 없는 곳에 하천을 막아 댐을 짓는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차라리 홍천강에 짓는다 하면 이해라도 하죠. 근데 시냇물 졸졸 흐르는 데를 막고, 우리가 먹고 사는 잣나무 산을 다 베어내면… 그 안에 사는 짐승들, 동물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 잣나무숲 홍천 풍천리는 전국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잣이 생산되는 곳이다. 주민들은 생계수단이자 평생을 함께 살아온 잣나무숲과 숲에 깃든 생명들을 지키고자 양수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며 7년이 넘는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 새알미디어




파괴된 마을 공동체

홍천 양수발전소 사업은 2018년경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느 지역의 난개발 사업처럼, 정작 마을 주민들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스스로 댐 예정지를 찾아다니며 피해를 조사했고, 양수발전소는 절대 들어서선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한수원과 홍천군이 제대로 된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송전탑 건설을 강행한 밀양, 청도와 마찬가지로 주민들 간 갈등이 벌어졌고, 마을 공동체는 갈라지고 말았다.
이창후: "저희 동네는 양수댐 들어온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2018년부터 얘기가 있었지만, 2019년 초에야 알게 돼서 대책위 구성하고 군청 쫓아가고, 다른 댐 막은 지역도 돌아다니며 피해 상황을 직접 알아봤죠. 이건 절대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민투표를 했고, 97%가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피해 보는 우리는 배제하고, 5km 반경 기준으로 찬반을 묻더라고요. 외지인이 많으니 찬성이 많아지고, 우리는 '왜 그 좋은 걸 안 받냐'는 말까지 들어요. (중략) 전국에 다녀보니, 양수댐 있는 마을은 20~30년이 지나도 후회하고 눈물 흘리는 주민들 많습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우리한테 또 하겠다는 거예요."
허순이: "공사기간만 최장 14년이에요. 주민들 나이가 다 60, 70세가 넘었어요. 우리는 공사하는 과정만 보는 거예요. 그 과정 동안 얼마나 힘들겠어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포크레인, 레미콘 차가 하루 120대씩 올라가요. 빨래도 못 널어요. 그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그런데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주민은 배제되고, 혜택만 받는 사람들 하고만 얘기해요. 군청도, 한수원도, 도로공사도 다 그래요.
양수댐이 여기 생기면 저희는 거의 안개 속에 갇혀 살아야 돼요. 제일 우려하는 첫째가 생존권이 달려 있는 거고요. 두 번째는 자연을 훼손하지 말라는 거예요. 저희는 정말 동물을 사랑해요. 걔네들이 너무 마음에 걸려요. 어디로 가야 될지 몰라서요. 공사하는 기간에 걔네들이 진짜 어디로 튈지, 어디로 갈지... 이유가 너무 많죠. 반대하는 이유가... 경제 활성화, 관광 활성화, 일자리 창출 세 가지를 갖고 얘기하거든요. 연세들이 다 70이 넘었는데 누가 일할 건데요? 일할 사람 아무도 없어요.
관광 활성화요? 제가 군수한테 물어봤어요. '군수님 양수발전소라는 곳에 애들 데리고 놀러 가 보신 적 있습니까? 관광 가신 적 한 번이라도 있습니까?' 물어봤어요. 관광 활성화가 될 수가 없는 곳이에요. 제가 생각할 때는 일자리가 됐든 경제 활성화가 됐든 뭐가 됐든 그냥 이 사업자들한테 돈 벌어주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마을에 세워져서 정말 이 마을을 위해서, 정말 좋은 일이 있다면 저희가 반대를 왜 하겠어요?"
마을을 지키고 존엄을 되찾기 위한 7년의 싸움

거대한 자본과 권력 앞에서 싸워본 적 없던 주민들은 스스로 대책위를 꾸리고, 한수원 본사와 도청, 국회까지 발로 뛰었다. 주민들은 농성까지 감행하며 "군수 좀 만나자"는 간절함을 외쳤지만, 돌아온 건 퇴거 명령과 범법자 취급이었다.










▲ 홍천 풍천리 주민 허순이, 이창후 양수발전소 건설에 대해 무책임한 홍천군에 항의하고 있다


ⓒ 새알미디어




이창후: "처음에는 싸움이라는 거를 경험해 본 주민이 없기 때문에 진짜 동분서주 했어요. 그러다가 대책위 구성하고 박성율 목사님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어요. 매주 금요일 날 군청 앞에서 집회하고 한수원 본사에도 두 번을 갔었는데 가서 푸대접을 받고 왔어요. 주민이 가장 중요한데, 아 벽에 부딪히는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렇지만 저희 주민들은 끝까지 이걸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국회도 찾아 갔었고 또 도청에도 찾아갔었고 작년 7월 15일 홍천군, 한수원, 주민 3자 대면 토론회를 했어요. 저희가 한수원에다가 홍천군에서 양수댐에 대한 걸 손 놓으면 독자적으로 양수댐을 추진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니까 한수원 소장이 '홍천군이 없으면 한수원과 산자부에서 추진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을 했어요. 그러니까 홍천군수가 할 말이 없는 거죠.
우리 측 전문가, 찬성 측 전문가, 한수원에서 전문가들 불러오고 해서 만장일치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주민들은 결과에 수긍하겠다고요. 그래서 군수가 하겠다고 해서 저희들이 박수를 쳤어요. 나중에 그 내용을 문서로 작성을 해 달라고 했는데 담당 공무원이 그냥 일반 토론회로만 만들어 온 거예요. 저희가 수긍할 수 없다고 만장일치 토론으로 하자고 했더니 공무원이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안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러더니 군수가 자리를 뜬 거죠. 그때 12시가 넘었어요. 자정이 넘어서고 그러니까 주민들은 허탈한 거예요. 그때부터 일주일 동안 군청에 있었는데 퇴거 불응이라고 주민들을 연행을 한 거예요. 허순이님이랑 어르신들 일곱 분이 연행이 됐어요."
허순이: "경찰서 유치장 들어가서 하루 살고요. 저희는 그런 거 모르고 살다가 딴 세상 가서 살다 온 거예요. 그때가 작년 이맘때 여름이었어요. 너무 더웠어요. 모기도 많이 뜯기고 그냥 스티로폼 하나 깔고 맨바닥에 잔 거예요. 낮에는 피해 안 주려고 한쪽에 플랜카드 하나 들고 그냥 앉아있고요. 군수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그거밖에 없었으니까요. 일주일 딱 되니까 기동대 150명이 왔어요.
우리는 군수를 만나기 전에 못 나간다 그랬더니, 기동대 차량 4대가 와서 군청에 섰는데... 홍천에서 그런 일 아마 처음일 거예요. 영화에서나 보던 걸 거기서 봤으니 실제로 얼마나 기가 막히고 인간의 존엄성이 이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좌절을 했어요. 우리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나, 내가 내 집 지키고 내 고향 지키고 내 마을 지키자고 군수도 만나겠다고 와서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잡으러 온 건지...
다 어르신들이고 제가 올해 64세인데 제일 젊어요. 한 사람에 네 명이 붙어서 다리 잡고 양쪽 팔을 잡고 끌고 내려가는데 정말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더라고요. 퇴거불응이라고 갑자기 연행돼서 무섭기도 하고, 말할 틈도 없이 경찰서에 집어넣더라고요. 검찰로 안 갔는데 200만 원이 세 명, 300만 원이 네 명 벌금이 떨어졌어요.
너무 억울해서 목사님께 말씀드렸더니 조금씩 보태서 변호사 도움 받아 재판 걸자고 했어요. 어제가 관련 재판의 2차 공판이었어요. 일곱 분 돌아가며 최후 진술했는데, 겁도 나고 떨리지만 다들 간절하시니까 양수댐 들어오면 안 되고, 우리 동네가 망가졌고, 나는 그게 들어오면 눈 감고 못 죽겠다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는 눈물이 앞을 가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라요. 진짜 눈물샘이 가슴에 있는 것 같아요. 재판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나쁘게 나오진 않을 거란 생각도 해요. 8월 14일이 선고예요."
끝나지 않은 싸움,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다짐
주민들의 뜻은 명확하다. 양수발전소를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 나 하나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위한 싸움이라는 신념, 그리고 이 싸움을 통해 눈뜨게 된 더 넓은 연대의 마음이 주민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주민들의 다짐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이창후: "원래는 7월에 실시인가가 나온다 그랬는데 8월로 연기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도로 같은 경우에는 한수원에서 미리 자금을 대고 하니까 아마 미리 인가가 났던 것 같아요. 근데 댐 공사는 실시인가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고 있고요. 저희는 어디든 매달려서 지금 싸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시작할 때 그랬습니다. 시작을 하면 끝을 맺어야 된다. 중간에 다른 마음을 먹어본 적도 없고요. 어차피 우리 과제는 끝날 때까지 싸운다 그런 목표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요. 추호도 변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우리 고장을 지키기 위해선 끝까지 계속 싸울 겁니다."
허순이: "저희가 양수댐 반대하는 이유가 꼭 나만 잘 살자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크게 보고 가는 겁니다. 짧게 보고 가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우리 미래 세대들 생각하면 진짜 죄를 많이 짓고 가는 겁니다. 자연을 지켜도 부족한데 그걸 왜 자꾸 없애서 기계적인 것만 만드냐 이거죠. 주민들에게는 그런 마음들 다 있어요. 이 자연을 지켜야 되고 훼손하지 말아야 되고 이런 것들을 모르고 살았어요. 그냥 남의 일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진짜 기후위기라는 얘기를 엄청 하잖아요. 저는 정말 그런 게 참 절실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산이 있고 숲이 있기 때문에 우리 풍천리 마을이 지금 한여름에도 시원한 거예요. 그게 다 이 나무, 산림 덕이라는 얘기죠."
풍천리 주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생명을 위해 용기 있게 싸우고 있는 이들은 다 같은 마음이라며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여러 군데를 다녀봤어요. 집회 현장에도 가보고 그랬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고통 받고 옳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손가락질을 당하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어요. 남들은 이렇게 용기가 없어서 못 해요. 우리는 용기 있는 자거든요. 힘내시고요. 정말 바르게 살고, 옳은 길로 가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막아내는 건데 우리는 정당한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정말 기운 잃지 마시고 함께 같이는 못 있어도 마음은 늘 같아요. 똑같아요. 항상 다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응원 받고 있고요. 파이팅 합시다."
•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는 새알미디어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